“아이를 낳은 뒤 가계가 팍팍했는데 120만 원이 한 번에 들어와 숨통이 트였어요. 신청도 앱으로 간편하게 했고, 120만 원 지역화폐 포인트가 담긴 카드는 집으로 바로 배송돼 감동이었죠.”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송현주 씨(35)는 인천시 출산 지원 정책인 ‘아이(i) 플러스 1억 드림’의 ‘천사지원금’을 수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천사지원금은 2023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동에게 매년 120만 원씩, 최대 7년간 총 84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금은 인천 지역화폐인 ‘인천e음 카드’ 포인트로 지급되며, 지역 내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송 씨는 “갑자기 목돈이 생기니 가뭄에 단비와 같이 가계를 꾸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아이를 낳은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했다.
● 태아부터 18세까지 1억 원 지원
인천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인천’을 비전으로 내걸고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생·육아·주거·교통 종합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인천형 출생 정책인 ‘아이 플러스 1억 드림’. 기존 정부의 출산·보육 지원(약 7200만 원)에 인천시가 2800만 원을 더해 총 1억 원 규모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1억 원 패키지는 천사지원금을 비롯해 △8∼18세 아동에게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아이 꿈 수당’(총 1980만 원) △임신 12주 이상 임산부에게 50만 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임산부 교통비는 지난해에만 1만8000명 이상이 혜택을 받았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온 임산부 원모 씨(32)는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임산부를 배려하는 정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하루 1000원의 임대료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천원 주택’은 인천시의 대표적인 주거 지원 정책이다. 기존의 매입임대나 전세임대주택을 활용해 정부와 인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세 대부분을 부담하고, 입주자는 하루 1000원만 내면 된다. 무주택 신혼부부, 예비부부, 한부모가정 등이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어,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주거 불안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다 인천 천원 주택에 당첨된 윤종천 씨(33)는 “역세권과 5분 거리인 집인데 교육환경까지 좋아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며 “16개월 된 아이와 안정된 환경에서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만남부터 돌봄까지… 출생아 수 전국 1위
인천시는 출산만이 아니라 결혼 단계부터 사다리를 놓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i 이어드림’, 예식장과 예식 비용을 지원하는 ‘i 맺어드림’, 돌봄 공백을 메우는 ‘i 길러드림’으로 구성된 ‘인천형 출생정책 3종 세트’를 추가 도입했다.
‘i 길러드림’은 정부 돌봄 지원시간(960시간)을 초과해 연간 최대 1040시간까지 지원하는 ‘천사돌봄’,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는 ‘확장형 시간제 보육’, 아픈 아이를 돌보는 병상돌봄 등을 아우른다.
이 같은 정책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천의 출생아 수는 42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7.4%)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혼인 건수 역시 3383건으로 4.4% 증가했다.
2023년 한 해 출생아 수는 1만5242명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국 평균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출생아 수뿐 아니라 인구 유입도 뚜렷하다. 4월 기준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서 인천은 순 이동률 1.0%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 이동률은 인구 1000명당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수치다.
● “국가적 과제 해법을 지자체가 제시”
인천 모델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전남을 비롯해 전국 22개 시군이 올해 1월부터 인천을 벤치마킹해 출생 기본수당을 신설했다. 인천과 유사하게 출생아에게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나 현금으로 지급한다. 다른 시도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국영방송 France 2TV, 일본 아사히신문 등 해외 언론도 인천 사례를 보도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도요타재단이 주관하는 한일 정책 간담회에서 ‘인천형 돌봄정책’이 주제 발표로 채택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가 30년 동안 성숙함에 따라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했다. 양종민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 위기는 나라 전체의 위기지만, 중앙정부의 느린 대응보다 지역에서 먼저 시작해 체감도 높은 ‘직관적 패키지’를 설계한 인천의 접근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이처럼 지역의 실정을 반영한 통합적 대안이 앞으로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