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문제는 단순한 출산율 저하를 넘어 지역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89개 지역이 ‘지역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지방정부들은 생존을 건 ‘인구 유입 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흐름이 바로 귀농·귀촌이다. 2023년 기준 통계청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는 연간 45만 명에 육박하며 그중 약 4만여 명이 실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삶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귀농 초기 정착 실패율이 40%를 넘고 농업기술·문화적 괴리·정보 부족 등 복합적인 장벽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정착’이 귀농귀촌 정책의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전남 고흥군(군수 공영민)의 사례는 특별하다.

‘대한민국 귀농귀촌 1번지’라는 별칭을 얻게 된 고흥군은 최근 단순한 인구유입을 넘어선 외국인을 포함한 지속 가능한 통합 정착 모델을 만들어내며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 최초의 실험, 고흥군의 ‘귀농귀촌 행복학교’

고흥군은 2019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직접 운영하는 귀농귀촌 전문 교육기관인 ‘고흥 귀농귀촌 행복학교’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농업기초기술, 지역 이해, 생활적응 훈련, 멘토링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지금까지 700명 이상을 배출했다. 단순한 강의형 교육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교류, 선배 귀농인의 현장 노하우 공유 등 공동체 기반의 정착 교육을 도입한 점이 성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최근 6년간 고흥군에는 무려 10,919명의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되었고 이는 전국 상위권 규모다. 고흥군은 이 같은 교육과 유치 성과를 기반으로 귀농귀촌인의 1년 차 이탈률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하며 ‘정착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확보해 가고 있다.

‘와야 고흥스테이’ 전국적 인기몰이...2호 입주 진행중

고흥군이 추진하는 체류형 귀농귀촌 유치 프로그램으로, 예비 귀농귀촌인이 직접 고흥에 머물며 지역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단기 방문이 아닌 1년이라는 중·장기 체험 거주 형태를 통해, 실제 지역의 생활환경, 농업 여건, 주민과의 교류 등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귀농귀촌에 대한 현실적 이해와 정착 의지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즉, '고흥에 와서 살아보는 것'을 유도해 정착 가능성을 높이는 사전 단계의 유인정책으로 고흥군의 체계적인 인구유입 전략의 일환이다.

전국 최초 ‘귀농귀촌·외국인 통합교육 플랫폼’ 구축, 이제는 ‘외국인’도 귀농귀촌의 주체다...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지역학습관’으로 공식 지정

2025년 5월, 고흥군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고흥 귀농귀촌 행복학교’가 법무부로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지역학습관’으로 공식 지정된 것이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외국인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제도로, 언어·생활·법제도 교육을 통해 장기 체류자,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등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흥군은 이 프로그램을 귀농귀촌 교육과 통합하여 전국 최초로 귀농귀촌인과 외국인을 포괄하는 ‘인구유입 통합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교육 기능을 넘어서, 지방 인구소멸 대책의 스펙트럼을 외국인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고흥군에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가 적지 않지만 그동안 이들을 위한 체계적 교육기관이 없어 비자 전환과 이민자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지역학습관 지정은 그러한 구조적 공백을 메우고, 외국인 근로자·가족의 장기 정착 여건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고흥군, 이민자와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농촌

고흥군은 이번 지정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정착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지역특화 비자제도를 통한 농업인력 유치, 근로자 가족 초청 프로그램 도입, 이민자 패스트트랙 체계 구축으로 행정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 이민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이는 고흥군이 외국인을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함께 살아갈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정책 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지방이 스스로 ‘다문화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외국인 유입을 단순 노동력이 아닌 ‘인구 회복 자원’으로 전환하는 정책 모델은 고흥이 선도하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다”며. “앞으로도 귀농귀촌인뿐 아니라 외국인, 이민자까지 모두가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정착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흥 모델’, 전국으로 확산할까?

현재 일부 지방정부들도 고흥군의 성과에 주목하며 통합형 귀농귀촌 교육 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소멸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귀농귀촌과 이민정책의 결합, 그리고 공공이 운영하는 정착 교육 시스템은 단순한 인구정책을 넘어 지역사회의 재구성과 공존의 미래를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출처 : 한국지방정부신문(http://www.localnewsroom.co.kr)